꿈꾸는 자 잡혀간다 (송경동)
_실천 문학사 2011. 12. 12
<쉽게 시를 쓸 수없는 시대를 향한 야유>라는 시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그는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은데 쓰지 못한단다.
여느 시인들처럼 꽃을, 사랑을 노래하고 싶은데,
한잔의 진한 커피
한잔의 맑은 녹차와 어우러지는
양장본 속 아름다운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은데,
자신의 시는 어두운 거리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단다.
시인은 여리디 여린 시선으로 낭만을, 추상을 노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인의 눈에는 너무 많은 세상이 보였나보다.
그래도 송경동이 말하는 세상은 김남주가 말하는 세상보다는 부드러웠다.
학교 다닐 때 김남주가 누군지도 잘 모르면서 김남주 시집을 읽은 적이 있다.
김남주와 만나는 세상은 너무 처절하고 어두웠으며 과격했다.
그런데 <꿈꾸는 자 잡혀간다>는 산문집을 읽고는
김남주의 세상만큼이나 송경동의 세상도 과격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과격한 것은 시가 아니라, 분노밖에 표출할 수밖에 없는 무지렁이 우리가 아니라
너무도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우리의 노동을 착취하고 권리를 앗아가는 이 사회라고 말한다.
우리가 비천해서 우리의 권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사회구조와 인식이 천박해서 그들의 권리가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회사1층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여성과
지하창고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남성의 사랑에도 웃음꽃이 피우기를
그 청년들의 사랑에 부디 ‘사랑만이’ 있기를 바란다.
크리스마스에 사라진 아이가 살해당한 채 발견된 사회에서
모든 생이 안전한 세상이기를 바란다.
산재피해자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다해주기를
조금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 소박한 부탁이 번번이 배신당하고 외면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심리치료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어
이젠 미술도, 음악도, 문학도, 모두 정신병 치료에 나서야만 하는 사회에서
영혼이 핍박받지 않도록 고단하지만 가난하지만 영혼의 날갯짓을 멈추지 말자고 한다.
그는 지금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그런 시를 쓴다.
불안한, 폭력의 사회를 담은 송경동 시인의 글은 면도칼 같다. 날카롭고 아프다.
나는 일개 블로거에 불과하지만 송경동 시인처럼 아픈 글은 쓰고 싶지 않다.
항상 따뜻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베껴보고 싶은 글이 되었다.
송경동 시인의 글은 참 따뜻하다. 솔직하다.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나와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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