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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장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사울. 알린스키)_‘창조’로 점철되어지는 끊임없는 개혁의 과정만이 성공을 가져온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사울 D. 알린스키 지음.  박순성 옮김)

요즘 나의 독서 편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진보-정치-사회..., 내가 진보라고 믿어왔던 것들에 대한 반문, 재검토, 스스로 대답하기 위한 노력의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상을 지금의 모습에서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자신들이 믿는 모습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가진 자들을 위해 권력을 유지하는 법에 대하여 쓴 책이다.『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은 가진 것 없는 자들을 위해 권력을 빼앗는 방법에 대하여 쓴 책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중조직을 만들어서 권력을 빼앗아 민중에게 돌려줄 것인지를 다룬다."

 

사회‘운동’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는가?

사람들은 현재의 자신보다 깊이있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고자 자기 스스로에게 종종 질문한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는가?’

어떤 집에 살고, 무엇을 먹고, 어떤 회사를 다니고, 어떤 차를 몰고 있는가 묻는 게 아니다. 그것은 ‘철학적 존재’일수도 ‘자아 (ego)’일수도 ‘정체성’일수도 있다. 나의 내면의 존재, 혹은 보이는 것을 포함한 그 이상의 존재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답을 갈망하면서 더 도전적으로, 혹은 좌절하면서 혹은 외면하면서 살아간다.

시민운동,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보다 도전적인 질문들이 더 많이 자주 필요하다. 자신의 사고방식, 활동유형에 반문하고 의심하는 질문들이 이어져야 한다. 게으른 고찰과 관성적인 대답은 대의・정의・사상에 갖혀 자만심과 경직된 이념만 남길 뿐이다. 결국 수만 명이 참가해 즐기는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외롭게 떠돌아다니는 운동단체의 간부들의 처지를 벗어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조직・활동가의 존재 ?!

농담반 진담반으로 “시민운동에 시민 없고 진보운동에 진보 없다”는 말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시민‘단체’에 시민이 없고 진보‘단체’에 진보가 없는 것 아닐까?

조직・활동가들이 ‘대중은 조직적이지도 않고 집단적이지도 않으며 행위나 분노가 지속적이지도 않다’고 단정지었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조직적이지는 않아도 ‘자발적’으로, 집단적이지는 않아도 ‘친구・가족’과 함께, 지속적이지는 않아도 ‘필요한 때’에 나섰다. 게다가 그들은 어느새 생활공간에 ‘시민의식’, ‘진보활동’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의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는 이런 대중들의 변화에 적합한 사업이다. 스스로 만든 모임 안에서 공동체의식을 키우는 공간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민・진보운동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왔던 ‘재정문제의 해소를 통한 다양한 도전의 기회’를 줌으로서, 활동가와 지역주민들이 직접 만나는 공간을 지자체가 마련하였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가 있다. 기대되는 프로젝트이다.(가끔 마을 만들기가 기존의 마을공동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안다. 지역별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서울은 아니고 박원순은 서울시장이다)

다만 지속가능하고 사회개혁을 향해 발전해 나가자면 결국엔 다시 ‘조직가, 활동가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현실적 급진주의자, 조직가를 위한 실용서

현재 활동가들은 대체로 단체상근자로서 있는 회원 관리, 행사기획 및 실무 집행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활동가・조직가들은 사적인 공간도 대중을 조직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들에게는 대중을 조직할 기회도, 기회를 만들 능력도, 조직가답게 성장할 실력도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조직가・활동가는 어떻게 낯선 지역주민들을 만나고, 우리의 목적을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당장에는 이 책이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우리가 원하는 세상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며 현재 위치한 곳에서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공상적 사회개량주의자,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이상적인 구호만을 외치지 말아야 한다.

“조직이란 힘없는 사람들의 힘을 키워주는 것, 자포자기해버린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삶의 의욕을 선동하고 그들이 스스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힘과 그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다”

“조직가의 목표는 다른 사람이 사용할 권력을 창조하는 것이다.”

사회개혁을 원하는 조직・활동가라면 급진주의적 자세, 바닥의 힘을 통해서 일상을 바꿔 나갈 수 있는 끈기, ‘창조’로 점철되어지는 끊임없는 개혁의 과정만이 성공을 가져온다는 태도가 가장 필요한 듯하다.

“조직가의 일상적인 일은 많은 부분이 지엽적이고 반복적이며, 또한 단조로움 때문에 진절머리가 난다. 전체적으로 볼 때, 그는 하나의작은 부분에만 관여하고 있다. 이는 마치 그가 화가로서 작은 잎 하나만을 그리고 있는 것과도 같다. 그러나 그 거대한 벽화에서 다른 화가들-조직가들-도 모두 자신의 조그마한 몫을 그리고 있으며, 각각의 조각들은 전체에 필수적이다”

written by 영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