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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장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사이토 다카시 (뜨인돌출판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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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는 엄두가 나지 않던 과목
선생님들은 세계사도 거대한 하나의 흐름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쳤지만 나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는 한 과목에 불과했다. 심지어 수학이 몇십배 나을 정도로.
생각해보라 '어떻게 종교가 정치지배수단이 될수 있지?'를 상상해보기 전에 '십자군 전쟁이 몇년동안 일어났더라'를 중얼거리며 외워야 한다니!

보통의 세계사 책들은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쳐온 선진그룹, 혹은 대국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왔다. 이런 책들이 전통적으로 세계사를 이해하는 시각이라면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은 에피타이저나 디저트쯤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이 책은 나같은 이들에게 세계사에 흥미를 갖게 한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 또 언어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사이토 다카시가 썼다는데서 그 흥미는 더해주는 듯 하다.(그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부분적이나마 고대-중세-근대-현대까지 어떻게 넘어오게 되었으며 청산된것과 청산되지않은것을 조심스럽게 가려내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세계사속에서 현실을 찾는 재미를 느낄수 있다.


세계사를 사랑하기로 한 이유
우리민족은 타고난 지정학적 위치 때문일까? 국제관계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영향을 받는 쪽이다. 가해자의 입장보다는 피해자의 입장으로, 주도하기 보다는 방어의 입장으로 되다보니 거칠고 빠르게 흐르는 세계에서 자기 줏대를 세우고 솟아오르기란 쉽지 않다.
대국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세계를 부정하자는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최근 몇년간 보면  미국의 달러도, 유럽의 유로화도 휘청하며 세계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치적으로도 패권을 부리고 싶어하는 나라들은 많으나 올바른 방향으로 국제사회를 이끌어가는 존재는 없는 듯하다.
당장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동북아 정세자체가 긴장되어 가도 다들 자기이익을 챙기기에 바쁘지 한반도의 평화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
다들 입버릇처럼 '동아시아 질서'를 외치는 지금 시점에 우리는 어떻해야 할까?
한국의 비전은 무인가? 일단 미국이, 일단 일본이 이렇게 생각하니까..언제까지 선택의 기준이 이러할수는 없다.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우리 스스로의 비전을 세워야 할 때이다.
세계를 당연한 시각이 아니라 문제적 시각에서 봐야한다는 절박함이 커졌다.
대하에도 자기흐름이 있는 수많은 지류가 있는 것처럼 세계사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세계사를 과거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취급하는 대신  새로운 비전을 홀로 찾아 떠나는 이의 나침판으로 여겨보기로 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5가지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종교)로 세계사가 이어져왔다니?!


1장 욕망의 세계사에서는 물질과 동경이 역사의 원동력.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커피'가'도시'를 만나 '바쁜사회에 잠들지 않게하는 힘'으로, '금'이 '철'을 만나 '무기를 이용한 권력의 획득'으로, '브랜드'가 '상품'과 만나 '사람의 기호를 등급매기기'로 둔갑해버린다. 이것들은 결국 다른 도시를 찾아가 자기것이 아닌 것을 '지배'하게되고 '식민화'하여 상대적인 것을 박탈하고 심지어 속박하기도 한다.

2장 서양근대화의 힘은 모더니즘이라는 멈추지 않는 열차 덕분(?).
근대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경제적으로는 봉건사회 이후부터 자본주의가 출현한 시기, 정치적으로는 종교권력에 의해 자유와 창조가 억압된 시대에서 인본주의의 시민사회로 변화된 시기이다.
이책을 바탕으로 정리해보면 근대화는
중세시대 가톨릭교회의 지배에 의해 '가사상태'에 빠져있는 민주주의에서 르네상스운동을 통해 탄생된 인본주의
신의용서(면죄부)를 팔아온 교회를 루터의 종교개혁을 통해 비판하고 이에 새롭게 출현한 프로테스탄트(기독교),
엄격한 프로테스탄트의 윤리를 바탕으로 발전한 자본주의로 이루어지게 된다.

반면에 근대화는 앵글로색슨족을 중심으로한 백인문화, 합리성과 생산성만을 추구하는 '빨리 더 빨리'라는 서구적 기질,  여전히 인간을 자유롭지 않도록 하는 거대한 관리시스템이라는 자기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근대화는 거대한 힘이자 거대한 딜레마였다.

3장 제국의 야망사를 통해 본 군주들의 이해되지 않는 영토확장.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그림>

① 십자가 … 크리스트교

② 영국제라고 씌어 있는 상자 … 서양의 공산품

③ 깃털 펜 … 식민지 문화 정책

④ 술병 … 식민지 우민화 정책

⑤ 허리에 찬 칼 … 무력에 의한 강압 정책 

 

사실 세계사는 전쟁사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앞에 무릎을 꿇어라' '짐의 나라를 숭배하라'고 외치는 제국과 '이민족의 지배로 상실한 민족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독립운동사이의 대립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끝을 모르고 '좀더, 갈수 있는데까지!'를 외치는 제국은 자멸할 뿐이다. 알렉산드로가 그랬던 것처럼, 나폴레옹이 그랬던 것처럼...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에서 21세기 제국의 야망을 보게 된다.

헌대에도 '보이지 않는 제국'이 세계를 주무르고 있다.
세계화 혹은 글로벌리즘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내가 너를 먹게 해달라'며 돈의 힘으로 침략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2차세계대전 유일하게 살아남아 있는 제국이지만 '보이지 않는' 제국으로 인해 그 문제가 상당히 크다.

4장 세계사에 나타난 몬스터들_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이 부분은 개인적 의견과 다른측면이 많아 이후 좋은 기회에 다시 게재하기로 하겠다.)
이 셋을 몬스터로 표현한 것은 좀 재미있다. 괴물이자 극악무도하며 거대한 것(?)뭐 이런 중의적 표현이었을까?마르크스는 자본의 본질과 자본주의 구조를 날카롭게 파헤쳤는데 '빈부의 격차' '노동의 착취'등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통찰력은 지금봐도 놀랍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모순덩어리인 자본주의는 왜 멈추지 않는가? 이에 대해 의견은 분분하겠으나 이 작가는 사회주의라는 실험이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때문에 자본주의의 가장 큰 적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신의 뼛속까지 스며든 욕망'이라고 본다. 필수물품이 적당히 갖춰진 현대사회의 소비패턴은 실제적인 소비보다는 욕망적소비(명품등)가 큰데 그것을 '자기만 가지고 있지않다'는 불안감을 부채질하는것이 자본주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를 20세기 최대의 실험이라고 본 작가는 관료제로 인한 사회주의 멸망은 필연이라고 본다.  사회주의는 인공적(?)으로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기 때문에 관료제가 강화될수 밖에 없고 이 관료제는 노동자를 국가의 노예로 만들고 평등으로 가는 길에 장벽이 된다고 본다.
그에반해 파시즘은 정체성이 없다고 본다. 반사회주의, 반자본주의, 반국제주의, 반유대인등 '무엇이든지 반대'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살기 어려워하는 대중들에게 대책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현실을 전부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은 대중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파시즘은 사라졌는가? 일본의 관동대지진을 이용한 조선인 학살, 세계의 부를 자국에 집중시키면서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을 보면 독일과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하게 한다.

5장 세계사의 중심_종교
최근 미국에서는 기독교원리주의자가 늘고 있다. 미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종교적인 나라인데 역대 대통령은 모두 기독교신자라는 것, 백인 기독교 우월주의로 수많은 국가들의 전쟁에 개입했다는 것, 9.11테러를 빙자해 이슬람을 적대시 하고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것만 봐도 알수 있다. 사실 인디언을 학살하고 그 위에 서양근대화를 세웠던 기독교의 뿌리를 감출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슬람에 대한 해설이다. 이슬람=테러 라는 공포의 이미지가 있지만 이는 CNN같은 미국 매스컴에서 제공하는 내용의 일방적 세뇌의 결과일 뿐이다. 원래 이슬람은 군사로서가 아니라 문화로서 끝도 없이 자기세력을 확장해나갈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가 상상한 것과 다르게 의외로 느슨한 계율 덕에 다른 민족과도 잘 융합해 나갔다. 현재 이슬람은 13억으로( 기독교17억 다음) 대단히 많은데 그 이유중 하나가 식민지 지배에 대한 저항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