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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 한반도

“시민참여형 평화통일운동을 위한 여성들의 수다”_ 여성과 평화를 위한 워크샵 2부

여성과 평화를 위한 워크샵 _ 2부

“시민참여형 평화통일운동을 위한 여성들의 수다”

 

여성과 평화가 만났다. 통일운동 단체에게는 조금 낯선 기획이다.

어디서든 누구든 참여해도 괜찮은, 열려있고 따뜻한 통일운동이 되기 위한 시도이다.

우리는 첫 번째 모임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대표를 만났다. 주제는 ‘여성주의+시민운동’. 그녀는 한국여성운동의 어려움과 복잡함, 이를 헤쳐 오면서 얻은 폭넓은 경험과 견해들을 허심탄회하게 말해 주었다. 시대가 안겨준 과제는 여성운동도 통일운동도 비슷했다. 여성운동에 대한 기대, 조금 더 선명해진 통일운동의 과제를 얻은 시간이었다.

두 번째 모임 주제는 ‘생활+통일’이다. 사는 게 바쁘고, 관심사가 다양한 시민들에게 ‘통일’은 억지로 끄집어내지 않으면 좀처럼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주제다. 그러나 ‘살아가는데 필요한 통일’을 만들자면 통일에 대해 많은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두 번째 모임에서는 수다시간을 충분히 가지기로 했다.

새로운 통일운동을 고민하기 위한 몇 가지 전제

수다의 주제는 “시민참여형 통일운동”이다. 수다치고는 무거운 감이 있어서 겨레하나 휴에서 먼저 15분 정도 브리핑을 했다.

우선 진보진영에서 통일운동의 지위가 변화하고 있음을 공유했다.

“진보운동의 다변화”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연대·연합”으로 변화해야 하는 시대에 ‘왜 통일운동은 과거처럼 활발해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단 하나 “시민참여형 통일운동이란 본질적으로 대중 자신의 운동”이라는 것만이 의미가 있을 뿐이다. 이것을 기준으로 새로운 역량과 형태로 통일운동의 대중화라는 오랜 숙제를 풀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대중의 표현방식과 의식화 경로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에 동의를 구했다.

강력한 조직에 소속되어야만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기회를 보장받는 시대가 아니다. 이미 대중은 한명 한명이 깨어있는 시민이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부터, 정보 독점이 아닌 공유로, 주장이 아닌 수평적 대화”만이 시대변화에 발맞춰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통일운동은 전문성을 발판으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통일운동의 전문성은 다양한 시민들과 만나고 함께 할 수 있는데 필요한 전문성이다. “시민운동이 그동안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했으며 그를 통해 시민들과 어떻게 만나왔는지 적극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 동시에 시민운동과의 결합지점도 모색해야 한다.

브리핑은 휴의 고민을 간결하게 전달하기에는 적당했으나, 다른 멤버들의 고민과 관심을 나누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곧바로 그림지도를 그리면서 보충해나갔다.

그림지도에 담아본 통일운동의 과거

통일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87년 이후부터 2007년까지를 그려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통일운동의 역사, 성과와 한계 등 ‘뻔한 평가’를 하는 재미없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을 깨고 대화는 거대한 퍼즐을 맞추듯 두서없지만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사실 여성모임 멤버들은 같은듯 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시대를 경험했다. 통일운동을 바라보는 시선도, 기억하는 내용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때는 왜 그런 급진적인 구호를 택했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되었던 통일운동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요?” “그 시절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조금씩 다른 경험과 지식을 가진 멤버들, 아니 언니들과의 대화가 무척이나 신선했다.

 

하고 싶은 것, 필요한 것, 1년 안에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말하기!

다음으로 21C 시민참여형 평화통일 운동에 대해 그려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역시 미래는 알 수 없다. 하나의 그림지도가 완성된다기보다는 퍼즐에 퍼즐이 덧붙여지는, 그림지도 안에 또 그림지도가 생기는 격이었다.

미래를 실현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는 것, 어느 것 하나가 절대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는 지도였다.

전문가 육성, 센터 건립, 재정 확보 등 필요한 것에서부터 생활・문화운동, 새로운 대중 만나기 운동도 제출되었다.

우리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아이디어는 “우선 아무것도 하지 않기”였다. 대안이 아니면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대안이 생각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 때가 돼서 하는 일은 더 이상 그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혁신적이면서 간단하다면서 좋아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심리적 불안감을 이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얼마나 어려운가?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과거와 미래, 두 개의 그림지도를 그리도 보니 어느덧 5시간이 흘렀다. 누가 여성의 관심은 육아, 패션, 드라마가 전부라 했던가? 우리는 ‘통일’이라는 주제 하나로 5시간이나 이야기 할 수 있는 여성들이었다!

5시간의 대화,

지금 우리에게는 마음도 생각도 함께 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

통일운동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진보・시민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오히려 더 많이 드러났다. 시대가 안겨준 과제를 해결하자면 공통의 과제를 도출해내고 함께 해결하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최근 진보진영은 불통(不通), 소외, 오해의 병을 앓고 있다. 언젠가부터 자신의 특수성을 앞세우는 마음, 경계하는 마음, 앞서가는 마음이 너무 커져버린 걸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우리에게는 마음도 생각도 함께 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것이 여성모임 두 번째 시간이 나에게 던진 메시지이다.

 

무엇보다 대안이 아니면 하지말자라는 목소리 격하게 동감하며

걸어가듯 달려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