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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장

뮤지컬 <빨래> "당신의 서울살이는 몇해인가요?"

무료한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작은 것에서부터 신선한 즐거움을 찾고자 나선 첫번째 길

학전그린소극장 뮤지컬<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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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씨어터 수박의 <뮤지컬 빨래>



"서울살이 몇 핸 가요? ♬ "
음............이 한마디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던 건 나 뿐이었을까?


이 연극에 대한 어떠한 사전정보도 없었는데 찾다보니
임창정이 출현한 덕인지 초반부터 관심도 많이 받았고 그만큼 많은 평가들이 인터넷에 늘어져있었다.

대부분의 감상평들이 1. 연기도 노래도 너무 잘한다.
                             2. 소외 된 이웃의 이야기라서 의미가 있다.
                             3. 웃고즐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무겁다.
인데 반해 눈에 띄는 평론제목이 있었는데 <88만원 세대와 이주노동자의 만남>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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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점원 서나영과 외국인 노동자 솔롱고


20대를 통칭한다는 88만원 세대.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어정쩡한 직책을 가지고 고된 노동을 하지만 대우도 월급도 박(薄)하기만 직장생활을 하는 20대 여성, 그들은 88만원 세대의 60%이상을 차지한다.

그리고 '불법'이라는 약점을 잡아 사람을 불법적으로 유린하는 사업장 관리자 밑에서 매일 욕을 먹어도 월급만 제때 받기를 바라는 외국인 노동자.  마치 한국사회의 실업이 이주노동자 때문인 것처럼 욕먹고 손가락질 당하는 것은 신경쓸 , 눈치볼 여유 따위는 없다.

과. 연 이들은 정말 다수에 의해 '소외 된' 소수일까?
소수에 의해 소외된 '다수'는 아닐까?

1. 매달 월세 걱정을 하지 않는다?
2. 돈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거나 그 와중에 폭력이 오고 가지 않는다?
3. 사용자에게 반말이나 욕을 듣는 것, 성희롱을 당하는 것, 그리고 월급을 떼여 본적이 없다?
4.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해고당한 적이 없다? 혹은 그런 사람이 주변에 없다?
5. 나의 가족 중, 혹은 친척 중, 아니면 친구 중에도 엄마의 무한한 헌신이 아니면 살아갈수 없는 장애인은 한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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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 한가지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우리 이웃이 아닐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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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을 잊고자 빨래를 해. 빨래를 한다는 건 살아있다는 게지_대사中


이 연극이 물론 요즘 시대의 평균보다 조금 못한 경제적, 생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보면서 90년대 중반쯤이 시대 배경이라고 하면 딱 믿을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이발소가 미용실로 바뀌고, 공중전화가 핸드폰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빨래>의 스토리가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보는 내내 동네모습은 바뀌었지만 주인공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 더 모순적으로 다가온다.

연기도 노래도 너무나 잘하고 춤도 잘추는 이 배우들이 이런 스토리를 가슴에 품고 연기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선택과 노력에 의해 이런 작품이 무대에 올라올수 있으며
대중들에 의해 사랑받는 다는 것에서 또 한번 연극과 소극장의 힘을 믿게 된다.
 
'우리엄마랑 같이 이 연극을 다시 보러오면 좋을텐데...'라고 잠시 생각하면서 관객들을 둘러보니 우리엄마보다는 조금 살기 편해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들은 오늘도 여전히 치고박고 하면서 노동하기에도 정신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엄마보다 조금의 시간의 여유, 돈의 여유를 가진 관객들이 <빨래>를 보면서 타자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그리고 서울에서 홀로서기 도전장을 내민 나 스스로에게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