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 책장

빛을 발하는 인간은 언제나 아름다워_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을 발하는 인간은 언제나 아름다워. 빛이 강해질수록 유리의 곡선도 전구의 형태도 그빛에 묻혀버리지

그저그렇다는 느낌이거나 좀 아닌데 싶은 여자 남자들, 그런 대부분의 인간들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전구와 같은거야. 전기만 들어오면 누구라도 빛을 발하지, 그건 빛을 잃은 어떤 전구보다도 아름답고 눈부신거야. 그게 사랑이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과 같은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는 거지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 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무시하는거야. 불을 밝혔을 때의 서로를 밝히는 것이 서로서로임을 모르기 때문이지. 가수니, 배우니 하는 여자들이 아름다운건 실은 외모 때문이 아니야.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기 때문이지. 너무 많은 전기가 들어오고, 때문에 터무니없이 밝은 빛을 발하게 되는거야. 그래서 결국엔 피라멘트가 끊어지는 경우도 많지. 교만해지는 거야. 그것이 스스로의 빛인 줄 알고 착각에 빠지는 거지.

인간은 참 우매해. 그 빛이 실은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걸 모르니까. 하나의 전구를 터질 듯 밝히면 세상이 밝아진다고 생각하지. 실은 골고루 무수한 전구를 밝혀야만 세상이 밝아진다는 걸 몰라. 자신의 에너지를 몽땅 던져주고 자신은 줄곧 어둠속에 묻혀있지. 어둠속에서 그들을 부러워하고..또 자신의 주변은 어두우니까 그들에게 몰표를 던져. 가난한 이들이 도리어 독재정권에게 표를 주는 것도, 아니다 싶은 인간들이 스크린 속의 인간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헌납하는 것도 모두가 그때문이야. 자신의 빛을 그리고 서로의 빛을

믿지 않기 때문이지, 기대하지 않고. 서로를 발견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야. 세상의 어둠은 결국 그런 서로서로의 어둠에서 시작돼. 바로 나 같은 인간 때문이지. 스스로의 필라멘트를 아예빼버린 인간. 누구에게도 사랑을 주지 않는 인간. 그래서 난 불합격이야. 나에게 세상은 불 꺼진 전구들이 끝없이 박혀있는 고장난 전광판과 같은거야.

 

_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