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쓸 수없다
3류지만 명색이 시인인데
꽃이나 새나 나무에 기대
세사에 치우치지 않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한번 써보고 싶은데
자리에만 앉으면
새들도 둥지 틀지 않을 철탑 교각에 올라
온몸이 깃발 되고 상징 되어
나부끼던 이들이 먼저 떠오르고
한 자라도 쓸라치면
병원에서 쫓겨나던 강남성모비정규직
시청에서 쫓겨나던 광주시청비정규직
학교에서 쫓겨나던 성신여대 청소용역
은행에서 어떤 담보도 없이 쫓겨나던 코스콤
학원에서 쫓겨나던 재능교육 비정규직들의
눈물이 먼저 똑똑 떨어지고
한 줄이라도 나가볼라치면
십수년 줄줄이 묶여가던 한국통신비정규직
뉴코아-이랜드, KTX, 화물연대, 건설일용,
동희오토, 기륭전자 비정규직 동지들의
행렬이 먼저 떠오르고
그들의 한숨이 다음 줄을 저만치 밀어버리고
다시 생각해보자곤 일어나 돌아서면
그렇게 눈부릅뜨고 살아가는 900만 비정규직들의
아우성이 먼저 들려와
그들에게 밥도 무기도 되지 못하고
내 설운 시는 구겨지거나 무너지고 마니
미안하다. 시야.
오늘도 어느 어둔 거리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을 시야
어느 광야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시야
나도 알고 보면 그냥 시인만 되고 싶은 시인
하지만 이 시대는 쉽게, 시를 쓸 수 없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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