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식 ; 한반도

고엽제 매립지 캠프캐럴을 다녀와서 (2011.5.29)

 

고엽제는 인류가 만들어낸 화학물질 중에서 가장 독성이 강하다는 다이옥신을 대량 함유하고 있다. 

신경계 마비에서 각종 암까지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발암물질으로 한 번 생기면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이르기까지 분해되지 않는다.

그동안 고엽제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일부 사람들의 보상문제로만 생각했지 우리에게 충격과 공포의 존재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미군이 1978년 캠프캐럴 기지에 100통 이상의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정부도 미국도 아닌, 퇴역 미군병사의 양심선언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지난 30년 동안 고엽제 매립지역의 마을주민 150명중 20명이 암으로 사망했으며

대구지역 유아사망율과 기형아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20%이상 높다는 것,

지하수 수질검사에서 다이옥신 함유량이 먹는물 기준치의 30배를 넘었다는 기사들이 줄줄이 나오면서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독극물을 이 작은 땅에 묻은 것일까?




캠프캐럴 미군기지가 있는 칠곡에 가니


이 날은 때마침 고엽제 매립 범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뉴스에 나와 알고 있다. 나는 미군기지 근처에 산다.”며 “걱정되고 불안하지만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고 말하시는 할머니를 만났다.

주변 사람들도 “고엽제를 묻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면서도 “이미 여기 수십년 살았다.”고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한편 역 근처 상가분들은 “뉴스나 사람들이 관심 있을 때 더 많이 알려야 한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왜관역에서 집회를 마치고 캠프캐럴 미군기지 후문까지 행진하는데 동참하면서 마을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기회도 얻게 됐다.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상권은 동두천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대구경북지역답게 단도리(?)를 하기 위한 위압적 구호들도 걸려 있었다.




대구경북대책위 중 한 분의 말씀에 따르면 “일부 상인들은 ‘반미’나 ‘주한미군 철수’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고엽제 문제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데에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고 했다.

실제로 고엽제 기사가 나간 후 칠곡지역 농산물은 거래조차 되지 않아 농민들은 속을 태우고 있으며, 손녀손자를 타지역으로 이사시키는 등 불안감과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 날 눈에 띄는 사람들은 수도원 분들이었다.


성베네딕도회 신부는 이번 사태를 ‘정의’와 ‘생명’, ‘평화’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한미협정에 의해 미군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조상들이 대대로 물려준 우리 땅이며 하나님이 준 삼라만상의 하나인데 

이를 미군 마음대로 오염시킨 것은 분명한 범죄행위라는 것,

1g의 다이옥신으로 2만 여명을 죽일 수 있는 고엽제를 묻음으로서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

고엽제는 인간의 원초적인 폭력성이 숨어있는 베트남전이 낳은 사생아이기에 평화를 빌미삼아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무력과 폭력을 반대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들은 지역주민들이 고엽제 매립문제 진상규명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주민설명회를 여러차례 진행하였고 주민대책위를 구성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었다.

30년전 불법으로 매립한 고엽제를 지난날에는 몰라서 속았다지만 알게 된 이상 더 이상 속고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독극물을 이 작은 땅에 묻은 것일까?


보도자료를 보면 경북 칠곡 뿐만 아니라 경기도 의정부 -인천 부평- 전북 군산- 강원도 춘천의 미군기지에도 고엽제를 매립했을 뿐만 아니라 

전술핵지뢰까지 매립했다는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경북 칠곡 캠프캐럴 내 고엽제 매립문제로 불거진 이번 사태는 간단히 오염정도를 조사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미군의 범죄행위로 인해 이 작은 땅이 몸살을 앓고 있다. 주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하지만 미군은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규정을 내세우며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미군기지의 주변의 토양과 수질을 검사하는 정도의 보여주기식 조사만 겨우하고 있는 실정이다.


79개 미군기지에 대한 고엽제 살포 및 매립에 관한 전면수사를 벌여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국민들의 생명이 달린문제이니 만큼, 한국측의 주도적인 역할과 시민사회의 참여가 매우 중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