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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 한반도

대형마트 vs 재래시장, 누구를 위한 경쟁인가_서울 망원시장

대형마트 vs 재래시장

누구를 위한 경쟁인가 _2012. 11. 22 서울 망원시장

 

어느 강연에서 사진가가 말했다. "당신이 찍은 그 사진이 10년 뒤에는 어떤 의미를 가집니까?"

종종 이 카메라로 사회문화정치 이슈를 담아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망원시장 입구의 커다란 전광판에 써져있는 구호

 

상점 150여개가 오밀조밀 모여있는 곳 망원시장

자고로 장사하는 곳은 시끌시끌하고 번쩍번쩍해야 장사가 잘된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자기 손으로 불을 끈 망원시장. 대신 촛불을 밝혔다.

이제 촛불은 '어둠을 밝히는 세상의 불빛'이자 '개인의 참여로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누가 정해준건 아니다. 시민들은 언젠가부터 정부가 불통이라서 답답한 마음에, 자식들이 광우병에 걸릴까봐 불안한 심정에 촛불을 들었고 그것이 의사표현을 하는 상징적인 퍼포먼스가 되었다.

상인들은 다 구호가 적힌 초록조끼를 입고 있었다. 촛불시장의 단연 인기는 떡볶이와 닭강정 집

 

망원'촛불 시장'은 오늘이 두번째이다. 670m 떨어진 곳에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들어서기 때문이란다. 대형시장이 들어서면 재래시장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다. 사실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뭐 대형마트가 여기만 들어서나?' 싶었다.

 

행복과 정이 넘치는 망원시장이라는 슬로건이 왠지 눈에 더 들어온다.

 

알고보니 지하철 두정거장만 지나면 홈플러스매장이 또 있다는 것이다.국내매출 1위의 매장, 홈플러스 상암점이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SSM)도 망원역- 상암동- 연남동 인근 동네마다 있다.

생각해보면 대형마트 뿐만 아니고 SSM(기업형슈퍼마켓), 각종 편의점, 화장품가게에 빵집까지 대기업이 운영하는 체인점들이 동네에 너무 촘촘히 들어선다. 작은 구멍가게조차 체인점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다.

방송장비들. 생방송 뉴스는 취재한지 40여분이 지나자 바로 나왔다. 직접보니 신기하다.

 

망원시장VS 홈플러스의 싸움은 많은 주목을 받는듯했다. 문재인과 심상정 대선후보도 다녀갔다는 기사를 봤다.

우리가 사진찍으러 간날도 SBS KBS가 생방송 뉴스에 내보내고 한겨레신문은 전면에 보도한다고 취재하러 왔다.

 

물론 소비자들 중에는 대형마트 규제보다는 재래시장 환경개선이 먼저라고 말하기도 한다. 경쟁력을 갖추고 상품가치를 높여야한다고

망원시장은 3년전에 쇼핑카트에서부터 주차장까지 재시설을 갖추면서 매상도 오르고 TV드라마나 CF촬영에도 나오는 경쟁력있는 재래시장, 발전하는 재래시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시장통로에는 자신들이 파는 물건으로 직접만든 상징모형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아이디어도 기발하고 비유도 좋았다.

 

생선가게에서 내놓은 인기많은 조형물. 아주 디테일하게 아구입에는 꽁치(아닌가?)뿐만 아니라 새우도 있었다.

 

이런 망원시장이 4000평의 홈플러스 매장과 경쟁하면 얼마나 살아남을수 있을까? 반경 1km안에 대형홈플러스 2개있으면 재래시장 경쟁력은 알아서 생기는 걸까?

'소비자'는 당연히 편한곳에서 많은 물품을 조금 더 싸게 구입하고 싶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소비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서비스를, 다른 제품을, 다른 지식을 '생산'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10명중에 3명이 자영업자인 사회에서, '소비자'의 부모님은 혹은 '소비자'의 동생이 혹은 그'소비자'가 어느 상가의, 어느 시장의 주인일수도 있다.

지금은 '실패하는 자 떠나라'보다 '조금 불편해도 더불어살자' '실패까지는 하지 않도록 서로 돕자'가 더 소중한 가치의 시대라고 나는 생각한다.

 촛불시장의 마무리는 상인들의 퍼포먼스로 마무리~ 은은한 촛불이 참 멋지다.

 

홈플러스가 재래시장에 유리한 야채 생선 등 1차 식품을 판매하지 않고, 평수를 절반으로 줄이기만 한다면 상인들도 입점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현실은 상인들 입장에서의 '절충안'을 홈플러스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망원시장의 일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다만 주인들의 풋풋한 목소리가 방송으로 나오는 이 시장에 손님들의 발길이 점점 뜸해지고 그러다 문을 닫게 되는 가게들이 늘어 평생 장사만 해온 사람들이 직업을 잃게되는, 그런일은 없기를 바란다.

written by 영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