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전쟁기념관_ 엄청난 스케일, 황당한 구성
▲ 한홍구 교수님(위)과 함께한 전쟁기념관 답사기행.
전쟁기념관은 4호선 삼각지역, 용산 미군부대 옆에 있다. 그 앞은 많이도 지나다녔는데 전쟁기념관을 직접 들어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전쟁기념관을 기득권의 전유물쯤, 반공교육의 도구쯤으로 생각해온 나로서는 더 더욱.
나는 미리답사 차 왔었는데 그 때 이미 전쟁기념관의 스케일에 질렸다. 삼국시대부터 한국전쟁, 이라크 파병까지 우리역사에 있는 전쟁들을 쏙 뽑아 전시할 생각을 한 발상도……. 활과 창 대포 같은 무기부터, 갑옷에 이어 미래국방산업까지 각종 무기들을 자랑스럽다는 듯이 전시해 놓은 모습도……. 심지어 F-15전투기 3D 가상체험, 사격 시뮬레이션까지 설치해 놓고 체험해보라고 권유하는 것도……. 뭐 하나 이해하기 쉽지 않은 모습들로 거대한 건물이 가득 메워져 있었다. 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전쟁기념관이라고 하던데, 그 명성(?)에 걸맞게 하느라 애쓴다 싶었다.
한 달 전 미리답사 하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되짚어보면서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자니 평화이음 동아리, 노원청년회 등 단체 신청한 사람들, 동네 카페에서, 인터넷에서 홍보물을 보고 온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비도오고 조금은 우중충한 날씨인데도 모여 있는 우리들이 활기가 있었다. 이런 행사가 기획된 것도, 홍보물을 보고 찾아온 것도 서로 신기해하면서도 반가워했다.
우리의 군국주의가 서울의 노른자 땅도, 민간인 피해자도 버린 결과를 가져
왔다.
▲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민간인은 기록되지 않은 전쟁기념관.
기다리던 한홍구 선생님이 도착하자마자 답사가 시작되었다.
3시간을 답사시간으로 예정했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하시며 서두르신다.
“일본의 군국주의를 욕하는 우리는 전쟁감수성, 평화감수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도시 한복판, 서울의 가장 노른자위라는 용산에 네모반듯하게 가장 큰 전쟁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이 땅을 이렇게 써도 된다고 누가 정했는가? 서울시민이 원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답사는 우리를 한순간에 집중시켰다.
좌우대칭의 네모반듯한 건물, 건축적으로 보아도 가장 권위주의적인 건물형태라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건물의 양 측면에 해당하는 복도에는 전쟁에서 죽어간 군인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끝도 없이 적혀있다. 해외파병 온 사람들까지……. 여기에서 다시 질문은 던져진다.
“왜 전쟁 때 희생당한 민간인은 없는가?”
국가를 위해 죽은 자들은 기록되고 기념되지만 정작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민간인 대다수는 흔히 말하는 개죽음으로 전락되어버리고 여전히 방치되어 있는 현실,
노근리에서, 경산 폐코발트 광산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자니 새삼 광주 망월동 5.18묘역과 마산 모란공원묘지가 소중하게 다가온다.
전쟁은 미국과 한국, 미국과 베트남, 미국과 이라크
▲ 답사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평화, 전쟁, 역사에 대한 짧은 소감을 작성하였다(위). 가장 좋은 소감을 작성한 참가자에게 한홍구 선생님의 책이 부상으로 주어졌다(중간). 답사를 마치고 참가자들의 단체사진(아래).
망월동과 경산을 번갈아가며 회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홍구 선생님의 질문이 들린다.
“전쟁이름이 러일전쟁, 중러전쟁…….에서 어느 순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이라크전쟁……. 이렇게 동네이름으로 바뀌었다. 왜?”
숨죽일 수밖에 없는 질문.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왠지 근본적인 질문일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한국과 미국, 베트남과 미국, 이라크와 미국.
“어떤가?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전쟁의 한축에는 항상 미국이 있었다는 것, 그것의 반증이 아닌가.”
평화와 통일은 국내에서는 호전세력 군국주의자들과 국제에서는 미국, 이 두 축이 있는 한 오지 않는다는 진리가 너무나 간단명료하게 규정되는 순간이었다.
조용조용한 말투로 진행하신 한홍구 선생님.
한자리에 꼼짝 않고 서서 전시물을 보는 우리.
다른 이들이 보기에 우리는 매우 정적인 것 같았지만 선생님과 우리사이에는 역사의 재인식과 한국사회라는 무거운 주제 속에서 가슴 뛰는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역사나 평화 통일이 거창하다고 말하지만 누구나 가슴속에는 역사나 평화 통일이 있다.
그것이 살아 숨 쉬고 뛰는가 아니면 잠자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그것을 서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다음은 김정인 교수와 함께 진행하는 서대문형무소 “한국정치의 뿌리를 찾다” 기대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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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공존의 바람 겨레하나 문화센터 <휴>입니다.
달라진 시대에 어울리는 평화 통일의 가치를 연구 개발하는 공간,
평화를 사색하고 공존에 대한 담소와 토론을 나눌수 있는 공간,
음악과 차 한잔, 영상과 책을 통해 통일을 느끼는 공간,
평화 감수성을 발전시킬수 있는 휴식의 공간,
평화와 통일을 직접 느끼고 실천할수 있는 공간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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