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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식/서울 핫 플레이스

서대문형무소 출사_ "아이에게는 역사를 부모에게는 평화와 인권을 생각하게 하는 공간"

아이에게는 역사를

부모에게는 평화와 인권을

생각하게 하는 공간_ 서대문 형무소 2012.8.25

나는 서울에 있는 기념관, 미술관, 전시관 등을 좋아한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조금은 특별한 하루"를 만들수 있으니 말이다.

이슈, 기분, 문화적 감수성에 따라 그때 그때 장소를 고른다.

요즘 이명박대통령의 서툰 외교 행보 때문에 독도 문제,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논쟁주제로 다뤄지면서 한일갈등이 심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선택해 보았다.

외국인 관광객에도 소개되어 있는 코스 중 하나인 이 곳 ! '남한'이라는 명칭을 잘 이해시켜 줄 수 있는 곳 중 하나니까 남한사람들에게도 외국사람들에게 의미있는 곳 아닐까.

다만 이 장소에 '일본인 관광객'을 마주칠때 매우 놀라게 되는 건 어쩔수 없다.

 

 3호선 독립문역 5번 출구로 내리면 바로다! 입장료 1,500원

아이와 함께나온 가족, 어르신들, 데이트겸 출사를 나온 청년들..휴일이라 그런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곳이 나들이로 인기가 있다는 건 기쁘다. 역사가 잊혀져가는 속도가 늦어지는 것이니!

서대문 형무소는 일제시대(1908년) 경성감옥으로 문을 열어 그 뒤 서대문형무소 - 서울구치소로 변경되어 왔다. 항일 독립군을 가두는 감옥이 현대에 와서는 독재정권하에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인사들을 가둔곳이 되다니

한국현대사의 뒤틀려진 단면을 서대문형무소가 보여주고 있구나.

 교도소 감방이 있었던 곳을 공개하고 있는 12옥사.

12옥사 말고도 ▲ 서대문 형무소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서대문형무소 역사실' ▲ 조선의 외세침략역사와 저항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민족저항실'이 있다. 이 두곳은 역사교육에 참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또 ▲ 일제시대 감옥과 고문실, 고문방법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지하 '고문실' ▲ 사형장도 있어 역사를 지식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닌 감성으로도 배울 수 있다.

가끔 '아~ 무서워' '일본인 나빠' 라는 식의 느낌만을 갖게 되는 어린 학생들을 만나면 무척이나 아쉽다. 혹은 '일본에 대한 반발감'만 키워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단순한, 단편적인 생각에 그치게 된다면 우리도 또 다시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될수 있는 싹이 자라게 된다. 마치 베트남 참전당시 한국군이 베트남여성에게 했던 것처럼.

서대문형무소가 품고있는 '인권' '사형제도' '침략의 역사를 살아온 국민들의 삶' '강요' '민주화'에 대해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할수 있다면 훨씬 다른 감정과 경험을 갖게 되지 않을까?

 서대문 형무소는 종종 특별전시회를 하기 때문에 올 때마다 새로운 정보를 얻을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작년 겨울에는 서대문 형무소를 거쳐갔던 사회인물 전시회가 진행되기도 했었다.

올해가 박정희 대통령때 유신이 선포된지 40주년이라고 <식민의 유산, 유신의 추억>이라는 특별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특별전시회에 맞춰 특별설명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 전시회를 준비한 곳은 <민족문제연구소>, 잘은 모르지만 친일인명사전을 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행적등을 밝힘으로서 이슈가 된 연구소라고 한다.

이날 특별전시회 덕분인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박정희 시대 독재지표란다. 이명박대통령 시대는 어떤 지표가 생겨나게 될까?

감방안에서 내다본 밖의 모습. 좁은 감방안, 아무것도 할수 없는 감방안이 답답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안에서 밖을 내다보니 '조금밖에 볼수 없다' '아무것도 볼수 없다'는 것이 더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밖은 습도도 높고 무더운 날이었는데 정작 감방은 스산한 기운 탓인지 그렇게 덥지 않았다.

녹슬어 가는 감방 문이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과거의 이 곳에서 우리는 역사를 배운다. 그러나 서대문형무소를 거쳐간 이들에게는 그 역사가 삶의 힘겨움과 아픈 기억이 되어 떨쳐버리지 못하는 현재일 것이다.

감방 문앞에서 열심히 듣는 대학생들, 이들은 나오면서 "박정희는 정말 나쁜 사람들인걸까?" 라고 말했다.

어쨌든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를 생각해보게 했다는 것 자체로 이 장소는 이들에게 의미가 있었으리라.

감옥 철망 밖으로 보니 독립공원에서는 <금지곡 콘서트>를 하고 있었다.

유신시대에는 '저속' '불신조장' '외색'이라는 이유로 많은 명곡들이 금지곡이 되었다고 한다.

괜히 뒤가 구린자들이 남의 입 막으려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쩔수 없나보다.

가족나들이를 나왔다가 콘서트를 한다니 주저앉아 구경하는 시민들

4명의 가수들이 나와서 부르고 있는데 나도 알고 너무 좋은 노래들이 많았다. '거짓말이야' '미인' '동백아가씨' '아침이슬' '희망의 나라로' 등등

자신들도 좋아하는 노래가 금지곡이었던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새삼 그 때가 떠올라 피식 웃으시는 어르신도 계시더라.

어쨌든 지금만큼은 웃으며 즐거워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곳이 문화공간이 될수 있다는 사실, 그 역사의 힘, 민주의 힘에 새삼 감사하다.

비가 개인 공원의 하늘은 너무 멋있었다.
탁틔인 하늘, 서울에서는 고층빌딩 덕에 이렇게 큰 하늘을 보기란 쉽지 않다. 

 지금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아파트, 차가 꽉 막힌 도로에 둘러 싸여 있다.

담벼락 하나를 두고 전혀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는 이 곳

다행히 널찍하게 보이는 이 하늘이 장소를 함께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독립신문을 만든 서재필박사의 동상.

그리고 독립문.

서울은 고층빌딩, 소음에서도 돋보인다. 이날 처음 알았는데 독립공원 참 멋진 곳이다.

그 아쉬움을 담아 찍어본 마지막 사진

독립문을 나오면 너무나 평범한 서울거리가 다시 시작된다.

그런데 아파트와 상가가 더 눈에 띄는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