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451 > 시대가 흐를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메시지가 담겨있어 고전의 반열에 오르다

 

[화씨 451 | 레이 브래드버리 | 박상준 옮김 | 황금가지]

클라리세 매클런이 말했다.

“저, 이런 것 물어봐도 될까요? 방화수로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었어요?”

“내가 스무 살 때부터니까, 십 년이 되었군요.”

“그 동안 태웠던 책들 중에서 읽어보신 것은 없나요?”

몬태그는 웃었다.

“그건 법을 어기는 거지!”

“아, 물론 그렇죠.”

“보람 있는 일이죠. 월요일에는 밀레이(미국의 시인)를, 수요일에는 휘트먼을, 금요일에는 포크너를 재가 될 때까지 불태우자. 그리고 그 재도 다시 태우자. 우리들의 공식적인 슬로건이죠.”

그들은 계속 걸었다. 소녀가 말했다.

“옛날에는 방화수라고 하지 않고 소방수라고 했다는 게 정말인가요? 그리고 그때는 불을 지르는 게 아니라 불을 끄는 게 일이었다면서요?”

“아니에요, 그건 사실이 아니죠. 집들은 전부터 항상 화재 예방 시설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불에 탈 수가 없죠. 내 말이 맞아요.”

“이상하네요. 옛날에는 집들도 사고가 난다든지 해서 물에 타고, 그러면 그 불을 끄기 위해서 소방수들이 달려가곤 했다던데요.”

몬태그는 또 웃었다. 그 모습을 소녀가 흘끗쳐다보았다.

소설의 일부분이다.

소설의 배경은 지금보다도 더 미래.
주인공인 몬태그의 직업은 방화수이다.
이들 방화수의 권한은 거의 경찰급이며 방화수는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끔 하는 모든 책- 섹스와 스포츠, 연예이야기를 담은 책을 제외하고-을 태워버리는 일을 한다.

“아저씨는 행복하게 살고 계세요?”
주인공인 몬태그가 위의 질문을 던지는 한 소녀를 만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어 사회의 가려진 부분과 자신의 참 모습을 찾아가는 것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오웰이 실패한 사회주의의 몰락과, 특히나 스페인에서 목도한 사회주의의 행태를 [1984]에서 다뤘다면, 이 책은 그와 약간은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도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바라보며 풀어내게 된다.
가령, TV와 라디오의 영향, 혹은 교육의 빈곤등이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학교 선생들이 더 이상 독서를 가르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전망. 배우는 게 적을수록 책도 더 멀리하게 되는 모습등.

놀라운 점은 지은이가 이 책을 쓴것이 1950년대 초반이라는 것이다.
50여년전에 미래사회의 맹점을 날카롭게 분석, 예측한 작가의 혜안에 감탄하면서, 그런 힘이 있었기에 지난 50여년간 이 책이 미국에서 책과 교육의 가치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선언,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를 향유하기 위한 섬세한 감성과 넉넉한 여유를 웅변하는 작품으로서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교양 소설중의 하나가 되었으리라.

시대가 바뀔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메시지를 담아 진정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
[화씨 451].

일독을 권한다.

written by 치열과 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