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목 소리_ 황석영
조선의 이야기 꾼 이신통의 이야기, 그를 사랑한 연옥이 떠돌이인 그를 찾아다니면서 퍼즐처럼 그의 인생을 맞춰간다.
연옥이에 앞서 2명의 부인과 1명의 자식이 있었다는 것, 서자인 큰형에게 모멸감을 받고 성장한 얼자 신분이라는 것, 실력만큼은 명백히 인정받고 싶어 과거를 보려했지만, 급제를 돈으로 사는 현장을 보고 이야기꾼으로 삶을 바꾼 것을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이신통이 과거급제라는 꿈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되니, 그것이 천지도 즉 동학이다.
죽어도 바뀌지 않을 계급사회에서 세상을 뒤흔들만한 교리, 사상을 만난 것이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동학의 신도들, 불자며 농민이며 천민이며 서자든 얼자든이 농민혁명에 모여들었구나,
관군에게 머리가 깨져도, 일본군의 신식총에 맞아도, 주모자로 몰려 효수형을 당해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떠났구나.
죽음의 두려움보다 새세상의 꿈이 더 컸구나 싶었다. 이신통도, 그를 인도한 서일수도 그랬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고 먹고 살기 어려워도 조선은 바뀌지 않았다.
아무리 부패하고 민란이 일어나도 신분은 바뀌지 않았다.
청나라 군대가 들어오고, 일본군이 들어오고, 황제를 윽박질러도 계급사회는 철벽통 같았다.
그러나 자리를 털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그들을 지켜보며 사람으로서 새롭게 깨우치는 연옥과 안 서방.그리고 그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는 애절함이 있었다. 이성의 마음이요, 어미의 마음이요, 선구자를 바라보는 민중의 마음이었으리.
120년만의 갑오년에 동학 그리고 갑오농민혁명을 어렴풋이나마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황석영이야 말로 이야기 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과 시대를 넘나들며 언어를 현란하게 구사한 것도 그러하지만 무엇보다 평범한 남녀이야기에 동학과 갑오농민혁명을 끌어들여 이 책의 가치를 차원이 다르게 만들어버렸다. 이야기꾼으로서 상술이 좋다고 해야할지, 시대를 외면하지 않는 매서움이 아직 살아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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