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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장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_"결국은 나의 삶을 내 몸으로 직접 살아내는 것이었다"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_모니카 마시아스 (2013.8.22.) 예담

 

저에게는 아버지가 둘입니다.

저를 낳아준 적도기니의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대통령

그리고 저를 보살펴준 북한의 김일성 주석입니다.

적도기니의 온전한 독립을 위해 힘스다 억울하게 죽어간 아버지

그 아버지의 친구로서 저희 형제를 키워주신 북한의 아버지…….

 

그러나 어른이 되어 서방 세계에 와서 제가 듣게 된 것은

두 아버지 모두 악마요, 독재자라는 말뿐이었어요.

저는 과연 악마의 딸인가요?

 

책의 인트로에 해당한다.

인트로를 읽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 펴는 순간 단숨에 읽었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모니카의 운명이 복잡하고 숙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힘겨웠던 만큼.

  


 

그녀의 인생을 읽으며 부끄러운 나의 삶의 태도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나는 누구에게나 자자기인생의 화두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라는 존재를 둘러싼 고민, 어찌 보면 늘 상하는 것 같은, 반복되는 고민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도 마음을 다잡기도 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삶의 태도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책에는 유독 내가 선택한 길’ ‘정면승부’ ‘부딪혀서 깨지는 편이 더 낫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자기인생을 주인답게 살고 싶은 사람의 가장 중요한 면이 그녀에게는 몸에 배어 있는 듯하다.

 평양을 떠날 때부터 나는 이 여행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다. 여행의 목적은 나를 찾는 것’,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것’ ‘나도 모르게 만들어진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등 여러 가지였지만, 결국은 나의 삶을 내 몸으로 직접 살아내는 것이었다._p151

 

 

출생보다 인종보다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형성된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래서 사람이 사회적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모니카는 흑인이지만, 스페인어보다 조선말을 더 잘한다. 한식은 전혀 먹지 못하지만 송편은 좋아하고, 우리민족 고유의 정서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라는 것이 몸에 배어 있고, 태권도를 통해 삶의 태도를 배운 경험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계하고 배척하는 배타적인 문화 남이고 북이고 간에-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모니카, 주먹으로 기왓장을 부술 때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게 있어. 주먹을 꽉 쥐고 정면으로 그냥 내리쳐야 돼. ‘안 개지면 어떡하지?’ ‘주먹이 다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틀림없이 실패하고 말아. 이런저런 잡생각 다 집어치우고 그냥 정직하게 내려치는 거야. 요행을 바라면 질 수 밖에 없어. 나는 나! 주먹은 주먹! 기왓장은 기왓장! 깔끔하고 솔직하게 부딪혀야만 기왓장을 깰 수 있어

나는 파코가 왜 그렇게 태권도를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평양에서는 여학생들에게도 태권도를 배우라고 권유하곤 했다. 단순한 운동이나 격투기가 아니라 스스로 강해지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민족 고유의 무예인 태권도라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뉴욕에서 나는 정면승부의 강점을 깨닫게 된 셈이다._p209

 


북한 사...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더 커졌다.

나는 남북관계와 통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평소에 북한의 발언이나 체제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사람들에 관해서는 큰 호기심이 없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북녘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원천 봉쇄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성조차 두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돌이켜보면 북한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은 누구를 만났고 그들이 어떤 말을 했다’, ‘북녘사람들은 순박하다느니 생각보다 농담도 잘하고 솔직하다느니 하는 말을 많이 하곤 했다.

내가 그동안 평양에 가고 싶은 이유는 류경호텔도 보고 싶고 인민대학습당도 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보고 싶은 것처럼. 런던이나 베를린에 가보고 싶은 것처럼. 어차피 거긴 아는 사람들도 없으니까.

하지만 앞으로 나에게 평양에 갈 기회가 된다면 난 평양 시민들의 행동과 표정을 하나라도 덜 알기위해, 한명이라도 아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을 것이다.

 모니카, 울지 말자. 만남은 이별로써 완성된다잖아. 우리 둘, 부디 잘 살자꾸나

선화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영영 떠나버렸고, 나는 교정 뒤에 혼자 쪼그리고 않아 아이처럼 울기만 했다. 선화와는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나는 조선의 가장 아름다운 것을 떠올릴 때 어김없이 선화의 얼굴이 가장 먼저 생각나곤 했다. 비록 미래를 함께 할 수 없었고, 일상을 함께 나눌 수도 없었지만 그 미완의 인연만으로도 선화는 내 가슴에 영원히 각인되기에 충분했다_p110

 

진정한 자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100% 이상적인 자유, 가장 도덕적인 자유는 로망일 뿐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어렵다. 누구나 살아온 문화가 있고, 받은 교육이 있고, 역사적으로 형성된 인식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나와 타인의 관계가 상대적일 수밖에 없고, 절대적 기준을 적용하려고 하면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이지. 하물며 사회와 다른 사회가. 국가와 또 다른 국가가 서로에게 절대적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오만한 것, 대단히 폭력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된다.

 P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도 나는 또 한 번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 영화를 마무리할 무렵 P 감독은 내게 조선말을 영어로 번역해달라고 부탁했었다. 나는 기꺼이 응해주었는데 나중에 영화를 보면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가 번역해준 내용도 아니었고 화면에서 표현된 의미를 완전히 왜곡하는 내용이었다. 그것은 번역이 아니라 창작에 가까웠다. 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럴 거라면 애초에 창작을 할 것이지 왜 나에게 번역을 부탁했을까?

그때 나는 학습된 증오가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스며드는지 알게 되었다. 한편의 다큐멘터리가 감독의 프레임을 거친 뒤 세상에 나오고, 그 프레임으로 인해 일반 사람들은 그것을 온전한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너무나 무서운 일이었다.

만일 이세상이 온통 그런 식으로 이루어져있다면 자유롭게 산다는 건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북한 사람들은 자유롭지 못하고, 미국 사람들은 최대한의 자유를 누린다는 식의 단순한 이분법은 과연 옳은 걸까?_p216

 

마음이 서글퍼지다가도 따뜻해지기도 하고

세상은 호기심 천국이구나! 했다가 사람사는게 다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

진심으로 모두에게 강추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