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의 역사.
★★★★★
한홍구 / 한겨레출판사 / 2010.3
나의 눈물과 그들의 죽음
책을 붙잡고 한참 동안 울었다. 책을 읽는 내내 참 많은 눈물을 흘렸다.
젠장..이 책은 한 두장 넘기면 사람이 죽고 한 두장 넘기면 또 사람이 죽는다.
죽은 이들은 난세의 영웅도, 타고난 달변가도 아닌 '민중'이라 표현되는 그 흔한 사람들인데...그들은 '뭐에 씌었는지' 자꾸 목숨을 내어놓는다.
하지만 죽음은 죽음으로서 끝나지 않았다. 80년 광주가 '광주' 이상이 되어 <광주정신>으로 불리게 된 것처럼!
죽은 그들이, 그 순간이, 역사가 되어 살아 있는 이들의 가슴에 묻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민중'들은 서럽고, 한이 많아 평소에는 죽은 듯 지내다가도 한이 폭발하는 순간 물불 안 가리는 '투사'가 되나 보다. 이제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의 죽음으로 이끌어 온 한국현대사라는 것을 진짜로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울었나 보다.
'광주의 자식들'을 통해 역사의 무게를 느낀다.
한 시대의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 자기 시대의 가장 가난한 민중들을 위해 헌신한 세대. 자기를 버린다고 버렸으나 다 버릴 수 없었던 우수한 젊은이들, 정말 치열하게 살아온 세대. (서문 p7)
흔히들 386이라고 부르는 이들을 이 책에서는 '광주의 자식들'로 부른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치열하게 만들었는가?'가 궁금했고, 중반에 가서는 '그들을 폄하했던 나의 오만'에 부끄러웠고, 막바지에 들어서는 '그들이 뛰어넘지 못했던 현실정치의 한계'의 무거움을 느꼈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총을 들고 죽음으로서 도청을 지켰던 그들이 있기에 광주가 있었고, 광주를 살리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광주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어떤 정신을 가지고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져본다.
역사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
나는 이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에야 제목의 진정한 의미를 알수 있었다.
비정규직이 시작된 것은 불과 20여 년, 지금 우리들의 삶을 이토록 지배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한.순.간.한.순.간.이 중요하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매 순간 선택하는 것이 우리가 만들어가는 역사가 되기 때문에!
그래서 이 책은 마지막으로 호소한다. 역사를 배우지 말고 만들어가 달라고. 선배들이 해왔으니 바통을 이어받아 달라고. 지금 이 순간의 주자가 되어 달라고!
누구에게는 김대중 노무현 서거를 기념한 책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 책이, 나에게는 80년 5월의 광주 이후 한국사회 변혁을 꿈꾸는 이들의 실패담과 민주화를 위해 산화해 간 이들의 자서전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그 세대들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자서전같다는...
그래서 한홍구 교수의 "오늘로 모든 순서를 마치겠습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왜인지 나로서는 눈물이 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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