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역의 숀팬, 그는 작품선택도 연기력도 천재적이다.
"40살이 될때까지 잘한 일이라고는 없어" 라며 그의 애인 스콧과 미국 센프란시스코로 떠난 하비밀크.
그리고 그는 카스트로라는 지역에서 '카스트로 거리의 시장'이라 불리며 게이 인권 운동을 시작한다.
그는 커밍아웃하고도 선출된 최초의 공직자로서 미국 정치의상징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차별에 반대하는 '자유'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전히 센프란시스코의 카스트로라는 지역에는 게이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미국의 '파리'라 불리며 자유, 사랑, 낭만의 대표적인 도시로 떠올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동성애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크게 거부감을 줄수 있는 곳으로도 소개하는 이들도 있다.
어찌되었던 간에 카스트로는 하비밀크를 추모하는 비를 세우고 매해 추모제를 지내며 '게이'와 '인권'의 상징으로 살아있다.
센프란시스코의 카스트로 거리
동성애 그리고 인권
한국사회에도 '인권을 존중받아야 한다' 는 생각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 일정정도의 민주사회가 도래한 이후 나타나게 된 좋은 징조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인권의 수준은 어느 정도 일까.
아니, 장애인과 장애우의 차이를 간신히 인식하는 내가 인권수준 운운하기에 앞서 내가 생각하는 '인권'이 '나만을 위한 인권'은 아니었나 되돌아 보게된다.
(사실 나는 호모와 게이의 차이도 이 영화를 보고 알았다.)
나는 동성애의 원인이 성장과정이나 사회환경에 의한 후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여 일종의 정신질환처럼 생각했었다. (나를 무식하다 욕해도 좋소)
그러나 '동성애의 원인이 무엇이냐?'라고 묻는 것 자체가 질문하는 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성애가 정상이기때문에 그를 고쳐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결국 그의 인권을 탄압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충격적이지 않을수 없다.
나의 인권이 소중한 만큼 남의 인권이 소중한 법인데...
내가 이렇게 무딜동안 그들의 인권이 무시당하지 않았을까 조금은 조심스러워진다.
생각해보니 인권앞에 무기력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청소년의 인권을 주장할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 _아직 한국사회가 받아들여지는 수준은 미약하다 할지라도_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의 무딘 인권의식이 발전하여 도시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권을, 가난한 이들의 인권을 가치있게 만들수 있는 날이 어서왔으면 한다.
정치와 운동
하비밀크는 정치활동을 배운적도 없고 노조출신도 아닌 보험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어느 순간 보니 그는 타고난 정치가라는 것을 느꼈다.
그는 분노를 담아 발언하기도 하고, 미국사회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해서 식상한 자유의 여신상과 헌법을 빗댄 발언으로 가장 큰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분노한 대중 앞에 짠 하고 나타나 정치권력의 힘이란 것을 보여주며 승리로 이끌기도 한다.
운동가로서 대중에게 교양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들과 교감하고 그들을 존중하기 위해 발언을 하고,
정치인으로서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경험한 정치권력이라는 것은 막강한 것 같으면서도 허망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었다. 마치 영화중의 댄화이트 의원처럼.
하지만 하비밀크는 그의 존재 자체가 '정치'라는 것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현실정치의 냉소적인 시각을 가진 이에게도 정치가 희망일수 있으며 그것이 가장 빠르다는 것,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 대중을 속이지 않으면서도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어떻게 승리로 이끌어 내는가'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한 명의 정치인은 많은 일을 할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진심으로 그 정치인을 자신들의 대표자로 세워주는 대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 대오의 신뢰를 한몸에 받으며 어느 순간에도 배신하지 않는 정치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어디선가 영웅적 정치인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동지와 삶
"여러분을 동지로 모십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밀크"라는 영화는 끝날 때 그와 함께 했던 동지들의 현재 생활을 보여주며 마무리 된다.
'여러분의 동의를 구한다' 처럼 들렸던 이 영화의 첫장면과는 달리 마지막 장면에는 '여러분과 함께 승리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계속되는 그의 동지들의 삶은 짧지만 깊은 그의 이 한마디에서 시작되었을 것 같다는 나의 개인적인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여러분을 동지로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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