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북한의 상류층 평양’ 혹은 ‘보여지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 평양’ 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북한의 경제적 상황과 여타의 도시들과 비교해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평양에 대한 이런 평가는 너무 말초적이다. (얼마 전 김정인 교수가 서대문 형무소 앞에서 “이 곳에서 ‘아~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상을 읽기 힘들다면 너무 말초적인 것이라고 했던 표현을 빌리자면 말이다.)
북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분석이 넘쳐나야 진정한 토론과 자유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매우 의미있는 책이었다. 기존의 북한에 관한 책들은 남북문화교류가 활발하던 시기에 쓰여진 ‘거기 사람이 살고 있었네’ 컨셉이거나 저자의 주관적 욕망에 따라 ‘북한은 무엇을 해도 망할 것이다’ 라는 주장을 담은 책이 대다수였다.
그런 종류의 책 사이에서 이 책은 건축전문가가 객관적 사실과 정보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어 더욱 돋보였다. 특히 북한 사회는 객관적 사실자체가 부족하다보니 북한 전문가가 아닌 건축전문가가 주는 정보라 할지라도 저자가 주는 북한 평양의 정보는 매우 흥미로웠다. 물론 너무 건축가 시각과 전문용어가 두드러져 당혹스러운 측면도 있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전문가들이 쓴 책을 선호한다. 그들은 팩트를 중요시하고 그에 기초한 새로운 비젼과 세상읽는 방식을 제시한다. 이는 물론 지협적이거나 너무 디테일한 부분에 착목하는 경향이 있지만 있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탁월하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한국전쟁 직후에 짜여진 플랜에 기초한 3가지 성격_ 생산의 도시, 녹지의 도시, 성장의 도시_으로 갖춰진 현재 평양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그에 반해 책 후반부에서는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주제인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다면, 자유주의, 자본주의로 나아간다면 현재 형성되어있는 북한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라는 내용이다.
인민대학습당은 호텔로, 평양공단지대는 이마트쇼핑몰로 대체가능하다고 이야기 한다. 이 단락은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명동 한복판에 서울시민 모두가 교육받고 배우는 도서관이 있다면? ’
‘세계 명품 브랜드들이 있는 매장자리에 중소규모의 박물관과 연구소가 있다면?’
‘서울을 무엇을 상징하고 누구를 위한 도시로 만들려고 했던가?’
저자의 사고방식을 역으로 생각해보니 이런 상상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오세훈의 디자인 서울을 재정문제로밖에 반박하지 못하는 궁핍함에 대해서,
뉴타운이름 하에 저질러졌던 용산참사가 목숨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민의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바꾸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평양이라는 도시 하나를 재조명함으로서 북한 사회를 재평가해보자고 말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재조명'한다는 것은 그 속에 담겨져있는 가치를 재발굴하는 최초의 행동이 된다고 나는 믿는다.
북한이 망한다 망한다 94년부터 주장해온 사람들이 노래를 불렀지만 망하지 않았다. 중국의존도가 높아져 중국식민지가 된다고 주장하지만 역으로 중국은 북한에 많은 기회와 공조를 얻어내기 위해 대량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도 우리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데 북한이라고 우리염원대로 살아났다 망했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존재자체를 인정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의 태도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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