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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장

도서리뷰> 왜 다른나라는 되고 북한은 안될까_행복한 통일 이야기

<민족21> 안영민 기자의 행복한 통일이야기

저자 _ 안영민

1998년 월간 '말'에서 처음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 3월 남북해외가 함께하는 통일전문지를 표방한 '민족 21'이 창간될 때 기자로 참여했다. 그 뒤 대표이사(2005~2007), 편집국장(2008~2009)을 거쳐 2010년부터 '민족21' 편집주간으로 일하고 있다. '말'과 '민족21'을 통틀어 14년째 남북관계 전문기자로 활동해오면서 모두 20여 차례 북을 방문했다. 쓴 책으로는 '아버지 당신은 산입니다', '행동하는 양심', '행복한 통일 이야기' 등이 있다.


소감을 대신하며

나는 안영민 기자를 전혀모르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매우 따뜻한 사람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시선은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식의 이념도 아닌, '북한'에 대한 편견도 아닌 인간애가 넘치는 시선이었다.적어도 그가 말하는 북은 따뜻하게 순수하게 느껴진다.

그가 북녘땅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에피소드가 있고, 참관했던 곳마다 북한의 현실이 있으며, 느끼고 생각한 것 마다 철학과 감성이 깃들어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세상사에 따뜻한 손길을 내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북녘땅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차갑게 느껴진다. 
사람이 사는 곳 어디에나 안타까움이 있고, 어디에나 연대는 필요한 것을, 남에도 북에도 제3세계에도

'너무 정치적이고 복잡하기만 한 통일, 그보다 더 어렵고 난해한 북한'이라고 느끼는 우리를 위해 최대한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수 있도록 애쓴 마음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취재파일(?)이었다.


감히 책의 일부를 발췌 

우리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데 북한도 도움이 될수 있다. 

# 1.  대여섯의 건장한 남성들, 그리고 밤길에 마주친 젊은 여성


안영민기자 (이하 '안기자'): “여자 혼자서 밤길을 가다 산적같은 남정네 여러명을 만났는데도 어째 긴장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네요”

북녘 안내선생(이하 '북선생') : “왜요? 왜 긴장해야 하죠?”

안기자: “아니, 야밤에 여자가 혼자서 길을 가다 남자들을 만나면 무섭지 않냐 그말입니다."

북선생: “하하, 우리 공화국 여성들은 그런걸로 무서워 할 일이 없습니다. 그런건 범죄가 많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나 걱정할 문제죠”

“우리 사람들이야 유물론자라 귀신을 믿지 않으니 귀신을 무서워 할 일도 없고, 도둑이나 강도같은 범죄도 없으니 사람을 무서워 할 일도 없죠. 우리는 이웃과 동료 전체 인민들이 한 식구나 다름없습니다. 아니 자기가족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습니까? 밤늦은 시간에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인민들 누구를 붙들고 물어보십시오 밤길 걷는게 왜 무셥냐며 오히려 안선생을 이상한 사람으로 볼 겁니다.”

물어본 내가 되레 머쓱해졌다.


"북한은 원래 그렇잖아" 다 안다는 식으로 단언하지 말자.

 # 2.  1등부터 꼴등까지 공개된 성적판


안기자: "북에서는 학생들의 성적을 모두 공개하나 보죠?”

북선생: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에게는 자극도 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도 노력을 게을리 하면 성적이 떨어질수 있으니 더욱 몰두하게 됩니다. 남족에서는 학생들의 성적을 공개하지 않나요?”

안내선생은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식이었다. 기분이 개운하지 않았다. 사회주의 북쪽에서 자본주의 남쪽보다 성적 경쟁을 더 당연시하다니.....

만경대학생궁전과 다른 교육기관을 몇 차례 더 참관하면서 알게되었다.

북은 교육받을 권리와 기회라는 측면에서는 철저하게 ‘평등’을 지향하고 있었다. 북은 유치원 1년 소학교4년 중학교 6년 총11년을 의무교육기간으로 법제화했다. 또 탁아소부터 대학교까지, 방과후 교육프로그램과 공장대학 농장대학까지 모든 교육과정이 무상교육이다. 교육에 필요한 기자재는 물론 학생들의 학용품까지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물론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교육인프라가 취약하고 교육에 필요한 기자재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어쨌든 교육은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공적 영역이었다. 돈이 없어서 공부를 할수 없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란 없다.

그러한 원칙아래 ‘경쟁’도 교육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에서도 자식이 김일성종합대학과 같은 최고의 명문대학에 진항하면 온 집안의 경사라고 한다. 안내선생도 큰 아들이 김책 공대에 입학했다면서 얼굴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은근히 자랑이었다


분단의 피해는 통일이 되기전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3.  정대세, 그리고 재일동포의 꿈


나의 강연주제는 '615공동선언의 현재적 의의'였지만 남북관계, 남북경협전망, 남쪽의 통일운동 등 학생들의 관심사는 다양했다.

한 학생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재일동포 학생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언을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재일동포 3,4세 학생들에게는 과연 무엇이 꿈이요 희망일수 있을까? 차별이 일상화된 일본땅에서 대학을 졸업해도 '조선'국적으로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의 길이 막힌 일본사회에서 그들은 무엇으로 희망의 삶을 그려갈수 있을까?

...나는 다함께 통일의 희망을 놓지 말자고 했다.

그러면서 정대세 선수 이야기를 했다. 정대세는 축구를 통해 남과 북, 북과 일본의 링커(linker)가 되겠다고 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본주의 남쪽도 잘알고 민족학교에서 교육을 받아 사회주의 북쪽도 잘 아는 여러분들이야 말로 6.15시대의 링커이다. 일본도 잘알고 조선도 잘알고 한국도 잘아는 여러분들이야말로 새로운 동아시아 링커들이다..그런 꿈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 모두 자신감을 가지고 희망을 일구며 살자"

강연을 끝내고 나오는 길에 질문을 했던 학생이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오늘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미래의 링커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돌아서는데 내 눈에서는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