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북녘 땅을 밟기가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금강산관광 200만 시대를 노래부르며
개성도, 신의주도, 백두산도 심지어 평양도 마구 다닐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이산가족상봉도 쉽지 않으니 90년대 노태우 정권시절만도 못한 남북관계가 아닐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주 운이 좋게도 개성을 다녀 올 기회가 생겼습니다.
북측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쥐구멍만한 수준으로 쬐끔씩 되고 있는데요.
겨레하나가 작년에 밀가루에 이어 이번엔 의약품을 지원하게 되었거든요.
인도적 지원을 하는데 제가 따라나서게 되다니, 이건 완전 행운입니다.
보통 저한테까지는 기회가 오지 않거든요
얼떨결에 따라나선 개성길. 가슴이 콩닥콩닥합니다.
▲ 제가 받은 방북증^^
카드로 바뀐것이 최근이라고 하네요. 이 카드의 기간은 5년입니다.
5년안에 전 몇번이나 북을 오게 될까요?
▲ 개성 도착하자 보게 된 개성공업지구 협력병원인 그린닥터스.
남측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진료소 수준이어서 확대건립을 추진하던 중에
5.24 조치로 중단된 상태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실제로 보니 동네 보건소 정도의 규모밖에 안되는거 같더라고요.
이러다 큰 사고라도 나면 어찌 감당할수 있을런지.
▲ 앗! 평양차입니다. 차 이름이 삼천리군요 ㅎㅎ
우리를 마중나온 민화협 참사분들이 타고 오신 차인가 봅니다.
민화협 참사분들은 굉장히 딱딱할줄 알았는데...그냥 제복입은 아저씨 같은 느낌입니다.
지나가다 개성차도 봤습니다. 순간이라 사진은 찍지 못했네요
▲ 짜잔~ 의약품. 값이 꽤 나가는 것들인데 크기는 얼마 안된다는
개성공단이 1지구에 이어 3지구까지 계획세워놓고 기초공사는 해놨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전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초공사는 해놓아서 비바람에 녹슬어가는데
잘해보자고 시작한 일이 양쪽에게 순식간에 짐으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이라니..
아침에는 잘 차려진 남측출입국 사무소가 텅텅비어 마치 무용지물처럼 자리잡은게 꼴보기 싫더니
개성공단에다 지원물품을 얼른 내리고 개성 시내로 향했습니다.
아~ 떨립니다.
차안에서 본 풍경들을 사진찍지 못해서 그 모습 그대로 전해드릴수 없는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개성공단지구에서 개성시내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한번에 알수 있는 것은 도로더라구요^^
마치 시골과 도시의 차이라고 할까 ..
처음에 달릴때는 흙먼지 날리는 길이었는데 조금 지나니 도로가 잘 닦여 있었습니다.
차가 있을 법한 널찍한 도로에 차는 거의보이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모두 걸어다니는 것은 아니구요
대부분은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유난히 빛나는 해때문인지 유독 자전거들이 반짝반짝 거렸습니다.
몇 해전 개성과 평양을 와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자전거 보급률이 많이 늘어난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자전거가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아끼기도 하지만 정말 새 자전거 같았습니다.
나이 많은 노인도, 군복입은 청년도, 중학생쯤 되보이는 아이들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요.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사람들에 비해 몇 배나 많더라고요.
안에서 문을 찍으니 살짝 개성시내 길가가 보이네요^^
"이조봉건 시대에 호의호식 하던 건물인데 지금은 우리가 잘 보존하여 관광객을 위한 장소로 쓰고 있다"고 민화협 참사분들이 말씀해주시더라구요.
인위적으로 다 조성된 공간인줄 알았는데
제 개인적 느낌을 살짝 말하자면 남쪽의 삼청동과 비슷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푸른 하늘의 개성도
남쪽과 똑같은 모습으로 붉게 물든 단풍도
500년 전 지은 가옥이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도
너무너무 익숙하기도 하고
너무너무 반갑기만 할 뿐입니다.
신은희 교수가 책에서
"지극히 평범한 경험도 북에서 하면 특이하고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같은 껌인데도 북에서 만든 껌은 더 오래 씹어 보고 싶다.
그것은 아마도 오랫동안 쌓여 온 북에 대한 거리감과 낯설음 때문일 것이다"
라고 말한적이 있는데 제가 딱 그짝입니다. ㅋㅋㅋㅋ
나무 밑기둥만 남겨두고 자른 나무를 의자로 만들어 버렸어요.
그래서 저 의자는 뿌리가 박혀있어요 ㅎㅎ
색감도 식감도 좋았는데요. 이날의 메인요리는 고려인삼백숙입니다.
먹느라 못찍었습니다.
외국인들도 자주오는 곳이니 만큼 아주 전통적으로 차려진다고 하네요.
정몽주가 암살당한 장소인 선죽교
“ 이 몸이 죽고 죽어 일 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정몽주의 단심가 때문일까요?
지금은 짧고 작은 다리이지만 그 때 정몽주는 얼마나 길게만 느껴졌을까 생각해 봅니다.
임진왜란때 불탄 것을 1602년부터 8년에 걸쳐 복구했다고 설명이 새겨져 있네요.
눈이 부실만큼 밝은 노란색이 가득입니다. 공부할 맛이 절로나는 공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복원해둔 뒤 두고두고 올때마다 사람들은 얼마나 뿌듯해 했을까요.
그러고보면 우리나라 조선땅은 사계절 예쁘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남쪽도 지금 단풍이 절정인데 개성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올해 단풍구경은 개성에서 실컷 하고 갑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곳은 여기.
성균관 한켠에 있는 건물 안쪽을 전시관으로 바꾸어 놓았더라구요.
여기에서 안내원의 설명만으로도 개성의 특색과 자랑을 한눈에 볼수 있더라고요.
전 이 안내원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설명도 군더더기 없이 속성으로 해주는데
눈빛이며 말투 막대기를 가르치는 손짓이 엄청 도도합니다.
개성을 정말 사랑하나 봅니다.
저도 오늘만큼은 왠지 개성이 대단해 보입니다.
사진 몇장에서 보이면 알지만 "최초"가 많이 등장하거든요 ㅋ
역사교과서에서만 보던 용어들이 잔뜩 나옵니다.
여기를 중학교때 왔다면 필시 역사공부를 잘했을 겁니다.
"여자 종이 제일 비싸답니다. 아이를 나으면 노동력이 늘어나니까요"
"그래봤자 소의 반값도 안됩니다"
안내원에 따르면 이런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농민반란은 필연적이었다고 하네요
▲직지심경, 놓쳐버린 삼강기법의 도자기들 ..다 찍어올껄 그랬나요 ㅎ
우리와 하루종일 같이 있었던 민화협 분들과 헤어질 시간입니다.
저는 그분들과 많은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고
개성의 거리, 개성의 건물, 빨간 장화 신은 아이,
거리거 걸려있는 구호들, 반짝이는 자전거,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헤어질때가 되니 '개성의 그 거리를 다시 볼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하나도 안나고
'다음에 오면 저분들을 또 만날수 있을까'
'개성시민들이 우리가 왔다간걸 알면 좋아할까' 뭐 이런생각이 들더라구요.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는 걸 이때 알았습니다.
그래도 그분들은 천연덕스럽게 다음에 평양에 오라고 이야기 합니다.
대동강 과수농장이 대규모로 지어진지 3년 됐는데 사과향수도 끝내주고 사과술고 39도나 되는데 아주 맛있다면서
북측 출입국 사무소를 거쳐 남쪽으로 오니 해가 지고 있습니다.
아침의 경의선도로 출입사무소는 왠지 냉냉한 느낌이더니
지금보니 왠지 따뜻한 느낌입니다.
북쪽에서 "어려운 길을 왔다"면서 반갑다고 인사할때
저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길을 왔다"면서 인사했습니다.
길은 열려있는데
누구나 갈수 없다는 것,
길이 없을때 갈 수 없는 것보다 더 큰 간절함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아니 조만간
누구나 갈수 있는 길이 되기를 !!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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