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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식/국내

남이섬 : 태어나서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나다

 

혼자 여행을 떠나다

남이섬 _ 2013.01.07~08

 

난생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났다.

모든 걸 내려놓고 좀 가볍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난생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혼자 밥도 잘 먹지 않는 나인데

1박2일의 여행, 잘 할수 있을까?

 

내가 선택한 여행지는 남들 다 가본, 데이트 1번 코스인 남이섬이다.

첫째, 가깝고

둘째, 인사동 잠실에서 남이섬 셔틀버스가 있어서 편하다

셋째, 섬안은 관광지로서 조성이 잘 되어 있어서 불편함이 적다

 

2013년 1월, 눈이 많이 온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남이섬은 사방을 둘러도 다 눈밭이다.

혼자 여행 온다는 건 사진 한장 찍는게 쉽지 않은 일이 되는 거다.

물론 사진 한장 남겨보겠다고 남몰래 요상한짓 다 해보는게 혼자 여행하는 재미이기도 하다.

크고작은 조형물들이 있다.

엄마옆에 꼭 붙어있는 아이, 아이를 꼭 붙들고 있는 엄마

심신이 지친 나로서는 참 인상적이다.

 

내가 여행 온 이유

마음이 좀 편했으면 해서이다.

<마음이 평온해 지는 방> 이번 여행이 나의 마음이 평온해 지는 시간이 되길 또 빈다.

 

남이섬에서 가장 인상적인건 산책길이다.

차가 지나다니지 않는 길이 깨끗하고 조용하다는 것

그래서 사람의 정서를 더 편안하게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남이섬의 메인 산책로-메타스퀘어 길

눈밭 한가운데서 따뜻한 차와 도시락을 드시는 50대 후반의 커플

아직 젊으시다. 젊은 커플보다 몇배는 더 아름다워 보인다.

심지어 조형물 마저 커플, 역시 데이트 코스답구나.

지나가는 커플- 가족들을 본다. 몰려다니는 관광객도 본다.

조금은 어수선하지만 그들을 구경하는건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외롭지는 않다.

오히려 그들도 혼자 여행와서 남이섬이라는 매력에 더 빠져보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남이섬 곳곳에는 모닥불이 피워져있다. 따뜻하라고

모닥불을 쬐는 눈사람 커플도 있다. 눈사람도 따뜻해보겠다고

내가 선택한 숙소는 <정관루>

남이섬 내에 있는 유일한 숙소이다.

호텔이라고 할 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대신 아담함과 깔끔함이 있다.

내 방은 정윤숙 작가의 방

혼자 여행왔으면서 더블침대가 아닌 트윈을 선택한 독특한 취향의 나

하지만 혼자 자는데 넓은 침대는 외롭다고 느껴지니까

 누워서 천장을 보니 천으로 만든 꽃이 달려있다. 너무 아름다운 센스다

방 한켠에는 생각나는 걸 바로 적을 수 있도록 날적이가 놓여있다.

몇권의 잡지와 책도 함께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없는 대신 책과 잡지, 날적이라

오랜만에 메마른 감성이 퐁퐁 피어나려고 한다.

혼자의 여행은 가벼워야 한다.

그래도 그렇지 여자의 1박2일 짐치고 너무 가볍다.

심지어 잠옷도 안가져왔네

그래도 마음이 무거우니 가방이라도 가벼워야지

 

 

방에 들어와선 짐을 풀고

나의 마음을 이해해줄 것만 같은 책을 집어들었다.

<피로사회> 성과주의 사회에서 자신을 너무 혹독하게 대하지는 않는지, 머뭇거릴 여유조차 주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본다.

이 책을 다 읽을 동안 심심하지 않도록 맥주 한캔을 준비했는데 탁월한 선택이다

서울에선 좀 잠들기 이른시간, 하지만 맥주덕에 숙면을 취할수 있었으니

따뜻한 방에서

책으로 위로받고

내 주도로 시간을 사용하니 어느새 아침이다.

1박2일 혼자의 여행이 어떤 경우에는 너무 짧다.

 

혼자 아침을 잘 먹고 커피숍을 골라 들어갔다.

더 카페 어뮤즈라는 곳이 인터넷엔 많이 올라와 있던데

푸드코트 같은 느낌이 나에겐 별로였다.

난 호텔 로비에 있는 아일래나 커피숍을 선택했다.

조용하고 햇빛이 잘 드는게 참 좋았다.

다음 이사할때는 평수보다 햇빛이 잘 드는 것을 더 중요하게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햇빛이 들어오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읽는 책

마음도 머리도 편안해지는 느낌을 잊을수 없다.

 

자 이제 넉넉해진 마음으로

따뜻한 오후길을 걸어볼까?

어제 부족했던 산책을 오늘 실컷하고 있다.

 

얼어있는 북한강은 투명한 눈밭같다.

생각해보니 북한강은 물이 흐를때도 제모습이고

얼어있는 빙판도 제모습이다.

나 역시도 그러하다.

은행나무 길을 지나고  튤립나무길도 지난다

백두산에서 만났던 자작나무는

더없이 반가웠다.

혼자하는 걸 별로 좋아하는 않은 나에게

남이섬은 성공작이다.

그만큼 나를 위한 시간이 간절했던 것이기도 하겠지만

다행히 남이섬이 산책길이 많고 아름다운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