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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장

망루(주원규)_"경제권력-정치권력-종교권력이 의형제를 맺는다면?"

망루(주원규)_"경제권력-정치권력-종교권력이 의형제를 맺는다면?"

 

작년이었던가, 웃고 있으면서도 약간은 언짢은 기분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던 주원규작가의 작품 “열외인종잔혹사”에 이어, 이번에 “망루”를 읽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용산참사라는 사건의 재구성과 그 진실을 파헤치는 작품이겠거니 싶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종교권력의 역할이 매우 비중있게 다뤄진다. (실제 사건에서도 종교가 개입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다)

소설은 민우라는 인물의 움직임과 그의 변화를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민우는 세명교회라는 국내 서열 10위안에 드는 대형교회의 전도사로서 전도유망한 미래가 보장된, 그러나 결코 행복하다고만은 볼 수 없는 신앙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오랜 친구이자, 이제는 한철연이라는 철거민연합조직의 대표인 윤서와의 만남, 벤 야샬-1세기경 열심당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의 이름으로 된 의문의 글이 세명교회의 게시판에 올라오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민우의 운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과연 인류를 구원한다는 메시아는 있는가?
작가는 기괴한 욕망으로 뒤틀린 현실 기독교나 사회사적 비극에 메시아 까지 더해 더 어찌할 수 없는 총체화된 절망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도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이 필요하며, 사람을 기본적으로 믿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나에게, 작가의 전작 “열외인종잔혹사”나 “망루”와 같은 종말론적 소설은 다소 불편함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 현실의 가장 예민하고, 핵심적인 문제를 꿰뚫는 작가의 용기,
이야기를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풀어가는 스킬,
아직 채 꺼내지 않은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

그래서 또 다음 소설이 기다려지는건 어쩔 수 없다.

written by 치열과 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