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신경숙)
_ 이 시대, 방황하고 사랑하는 청춘들을 위하여
*<글의 특성상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내 나이 서른, 어리다면 어리고, 이제 막 철들기 시작하는 나이라면 그럴 나이.
가끔 돌아보면 인생에서 최고로 행복하다고 느꼈던 시절이 있고, 때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라고 원망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슴 아련하고도, 웃음짓게 만드는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와 같은 성장소설을 읽으면서,
누구나가 그런 사연이 있는 삶을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소설은 정윤, 명서, 미루, 단이. 이 네 명의 청춘들이, 때로는 시대적 분위기에 의해서, 때로는 개인의 감정에 의해서 겪게 되는 사랑, 방황, 성장, 고통의 과정을 가슴 아련하게 그리고 있다.
정윤은 소설의 가장 주된 화자로서,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인생의 갈등과 그 전개과정, 어렸을 적부터 곁에 있었던 단이에 대한 새로운 발견, 미루와의 교감, 그리고 명서와의 구슬프게 이어지는 사랑의 과정을 겪는 인물이다.
미루는 너무나도 사랑한 그녀의 언니-미래-로부터 시작되어 그녀의 언니로 인생을 마감하는 그런 인물.
그녀들과 밀접하면서도 다소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러면서도 시대의 분위기속에서 성장하며 아픔을 겪고 있는 명서와 단이.
그리고 이 4명의 청춘들에게 어려울때마다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힘이 되어 주는 인물, 윤교수가 있다.
다음과 같은 말들을 하며, 죽는 그 순간까지도 어려운 시기를 겪는 청춘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래도 빛나게 살것을 말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내가 여러분에게 종종 들려줬던 물을 건너는 인물 크리스토프-예수를 안고 무사히 강물을 건넌 사내-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지금 깊고 어두운 강을 건너는 중입니다. 엄청난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강물이 목 위로 차올라 가라앉아버리고 싶을 때마다 생각하길 바랍니다. 우리가 짊어진 무게만큼 그만한 무게의 세계를 우리가 발로 딛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불행히도 지상의 인간은 가볍게 이 세상의 중력으로부터 해방되어 비상하듯 살 수는 없습니다. 인생은 매순간 우리에게 힘든 결단과 희생을 요구합니다. 산다는 것은 무의 허공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무게와 부피와 질감을 지닌 실존하는 것들의 관계망을 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살아 있는 것들이 끝없이 변하는 한 우리의 희망도 사그라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나의 크리스토프들, 함께해주어 고마웠네. 슬퍼하지 말게. 모든 것엔 끝이 찾아오지. 젊음도 고통도 열정도 공허도 전쟁도 폭력도. 꽃이 피면 지지 않나. 나도 발생했으니 소멸하는 것이네. 하늘을 올려다보게. 거기엔 별이 있어 별은 우리가 바라볼 때도 잊고 있을 때도 죽은 뒤에도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걸세. 한 사람 한 사람 이 세상의 단 하나의 별빛들이 되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시대적 분위기. 여기에 더해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분위기 속에 “도대체 세상은 왜 나에게....” 이런 사람들이 많은데, 한 번 읽어보면 어떨지.
그리고 작가는 마지막에 이 소설을 통해 사람들이 낙관으로 나가는 용기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리 밝고 행복한 기분을 들게 만드는 소설은 아니며, 나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8,90년대 시대를 겪은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한다고나 할까.
한 번 읽어보면 좋겠지만, 읽기 전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볼 것을 권한다.
written by 치열과 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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