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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장

안철수의 생각(안철수대담, 제정임엮음)_한국사회를 이끌 정치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안철수의 생각(안철수 대담, 제정임 엮음)_ 2012. 김영사

 

안철수의 생각. 한 개인의 생각이 1분 4권씩 팔리고 있다. (8.3일 기준 50만부돌파) 일부에서는 그가 ‘치고빠지기식’ 전술을 펼쳐왔기 때문에 판매부수는 지지정도가 아니라 그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어쨌든 안철수 개인의 생각에 한국사회 시선 전체가 쏠려있는 건 분명하다.

‘안철수라서 믿을 수 있다, 안철수라서 믿을 수 없다, 안철수도 믿을 수 없다’ 다들 난리다.

 

그런데 우리는 18대 대선에 어떤 정치지도자를 뽑고 싶은 걸까?

안철수도 박근혜도 검증해야한다고 하는데, 그 검증의 기준은 뭘까? 우리가 원하는 정치지도자는 어떤 모습일까?

18대 정치지도자는 우선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심각한 양극화, 분노한 대중을 폭력으로 다스리는 권력, 이를 부추기는 재벌의 횡포, 이 수렁에서 한국사회를 반드시 건져내야 한다.

생산적이지 않은 정치공방, 이념논쟁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전쟁위기가 아닌 평화협력을 만드는 남북관계로 이끌어야 한다.

 

그러자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첫째, 대중의 바램을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는 소통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중의 의사를 취합하고 반영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함은 물론 직접 소통하는 채널도 확보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북한처럼 죽도록 현지방문이라도 하던가.

둘째, 현실 가능한 대안을 통해 사회변화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 입장을(Anti) 강조해서는 새로운 사회를 창조하지 못한다. 나는 그런 면에서 과감하고 창조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쉽게 좌절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셋째,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각계 전문가를, 정치계와 시민사회계를 골고루 등용하는 것, 결단과 대타협을 적절히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소리 없이 강한방식’이었으면 좋겠다. 강력하고 혁신적인 정책들을 이념논쟁과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임기 초에 결단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사람. 이것을 리더십이라고 할 때 리더십도 능력이다. 리더십은 개인이 선호하는 방식과 태도에 기초하는 것으로 <가치관>이 큰 영향을 준다.

넷째, 이 전 과정이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교육이 되고 정치에 신뢰를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이것은 앞서 말한 가치관과 언행에서 표현되기도 하고, 사회구성원을 대하는 태도나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선호하는 해결방식을 통해 표현되기도 할 것이다. 박원순시장은 반대세력이 볼 때는 아직까지 큰 문제점이 없고, 지지 세력이 볼 때는 정치에 신뢰를 갖게 한다. 그것이 박원순시장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18대 정치지도자로 적합한가?

나는 우선 안철수가 이 네 가지 조건에서 심각하게 결여되는 점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대학생 및 기업인을 대상으로 직접 강연을 다니고 (첫째조건), 비주류 분야를 주류로 개척해온 경험이 있고(둘째조건), 짧은 시간동안 직간접적으로 정치와 사회에 대해 공부하면서 합리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개방적 태도를 보이고(셋째조건) 그의 가치관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는 점이 대중들로 하여금 가장 존경을 받고 있다는 점(넷째조건)은 출발이 좋은 편이다.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다.

다음으로 그의 약점은 ‘세력과 정치인으로서의 검증’인데, 참 아쉬운 지점이다.

우선 세력은 ‘어떤 세력을 기반으로 정치인으로서 성장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어떤 성향의 유권자들이 그를 강력하게 지지하는가가 대선과정에서도, 이후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그를 이끌면서도 견제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정치인으로서의 검증은 사실 누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치에 뛰어들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게 된다고 본다. 그 기간이 짧아 불안하지만 나는 그것이 결정적 결격사유는 아니라고 본다. 그 정도의 리스크는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어차피 우리는 이상적인 지도자를 뽑는 게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후보 중에 한명을 지도자로 선택하는 것 아닌가!

 

제 인생의 성공의 정의는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make a difference(차이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p257

 

이제는 리더십이라는 게 리더가 스스로 주장한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따라갈 만하다고 판단하면 그 사람을 따르는 것이죠. 영어로는 ‘팔로워디(follow-worthy)' 즉 따라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리더로 인정하고 그런 사람에게 대중이 선물로 주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리더십은 자연스럽게 수평적인 리더십,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이 되죠. 저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게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득의 과정, 공감의 과정이 핵심이죠. p41

 

저도 정치에서 대립하는 세력 간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싸울 때 세 가지 관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싸우는가, 싸움의 결과로 어떤 합의를 끌어내 사회를 발전시키는 가죠. p92